칼루 자와 클라인은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제안한 두 과학자예요. 이 글에서는 그들이 각각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칼루 자-클라인 이론의 출발점을 짚으며 우주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드리겠습니다.
1. 칼루 자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나
자, 이제부터 우주 이론의 판을 흔들어놓은 한 수학자의 이야기로 들어가 볼게요. 바로 1921년, 독일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테오도어 칼루 자가 무대의 주인공이에요. 칼루 자가 고민했던 문제는 정말 고전적인 질문이에요. 바로 왜 중력과 전자기력은 서로 따로 놀까? 였죠. 당시 과학계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서 완전 들썩들썩하던 시기였어요. 중력이라는 힘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작용이 아니라 시공간의 휘어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기 시작했죠. 그러자 칼루 자도 머릿속이 복잡해진 거예요. 중력은 곡률로 설명되는데, 전자기력은 왜 따로 벡터장으로 설명돼야 할까? 혹시 이 둘을 같은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게 바로 칼루 자의 대담한 상상이에요. 그는 차원을 하나만 더 추가하면 전자기장이 튀어나오지 않을까?라는 시도를 해봤어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 총 4차원이죠. 그런데 칼루 자는 여기에 5번째 차원을 수학적으로 붙여본 거예요. 말 그대로 몰래 하나 더 추가해 본 거죠. 그랬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의 4차원 중력 방정식에 5번째 차원을 넣자 거기서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이 뿅 하고 튀어나온 거예요. 이건 마치 중력 공식 안에서 전자기 공식이 자동으로 딸려 나온 것과 같았어요. 그야말로 우주 물리학의 수학적 빅 이벤트였죠. 이걸 비유로 설명해 볼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중력과 전자기력을 각각 따로따로 요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칼루 자는 그 두 요리를 하나의 큰 냄비에 함께 넣고 끓였는데 결과적으로 두 가지 맛이 동시에 나는 국이 완성된 셈이에요. 따로 만들지 않아도 한 솥에서 같이 우러난 거죠. 그것도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설명 가능한 방식으로요. 하지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돼요. 그 5번째 차원이 현실에선 도무지 안 보인다는 점이에요. 칼루 자의 수학은 깔끔했고 논리도 성립했지만, 물리적인 현실에선 5번째 차원을 본 사람은 없잖아요. 그렇다고 무작정 안 보여도 있어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요. 당시 아인슈타인조차도 칼루 자의 논문을 보면서 굉장히 흥미롭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그 차원이 진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고 해요. 그러니 칼루 자는 과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물리학적으로 봤을 때는 통합장이론의 첫 번째 씨앗을 심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금 더 직관적인 비유를 해볼게요. 칼루 자는 마치 텔레비전 리모컨의 숨겨진 버튼을 발견한 사람이에요. 기존에 보던 채널이랑 완전히 다른 메뉴가 나오는 거죠. 처음엔 이게 뭐야? 싶었지만 알고 보니 그게 영화나 드라마를 통합해서 보여주는 버튼이었던 거예요. 문제는 설명서엔 그 버튼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거 진짜 있는 기능 맞아?라고 반문한 거예요.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요? 과학자들은 차원이 10개든 11개든 더 많을 수 있다는 초끈이론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어요. 그 중심엔 여전히 칼루 자 스타일의 상상력이 살아 있어요. 우주를 단순히 지금 보이는 그대로만 생각하지 않고, 숨겨진 구조까지 상상하고 탐험하는 용기. 그게 바로 칼루 자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이에요. 칼루 자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바탕으로 전자기력까지 수학적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어요. 다섯 번째 차원을 수학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중력과 전자기력이 하나의 틀로 통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죠. 물론 당시에는 실험적 증거가 없어서 미완의 이론으로 남았지만, 오늘날 이 상상력은 고차원 이론과 통일장이론의 출발점이 됐어요. 세상을 보는 틀을 한 차원 높여준, 말 그대로 5차원 사고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죠.
2. 클라인이 추가한 양자역학적 해석
자, 이제 칼루 자의 다섯 번째 차원 이론이 수학적으로는 멋진데 물리적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상태에서 잠시 멈춰 있었던 그 시점으로 가볼게요. 그리고 이 상황을 딱 보고 어, 이거 양자역학이랑 결합하면 될 것 같은데? 하고 등장한 인물이 있었죠. 바로 스웨덴 출신의 물리학자 오스카르 클라인이에요. 1926년, 클라인은 막 떠오르고 있던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칼루 자의 이론에 붙여 넣기 시작해요. 당시 양자역학은 전자 하나 움직이는 것도 확률로 설명하고 에너지 상태가 이산적인 양자화된 세계로 바꾸는 중이었거든요. 클라인은 이 놀라운 새로운 물리 틀을 가지고 칼루 자의 다섯 번째 차원을 설명해 보자고 한 거예요. 그가 내놓은 해석은 놀라웠어요. 왜 다섯 번째 차원이 보이지 않느냐? 그건 너무너무 작아서예요. 그냥 작은 게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 바로 플랑크 길이(10^-35m) 정도로 작다는 거죠. 그래서 마치 종이를 말아 넣은 것처럼 그 차원이 동그랗게 말려 있어서 우리 눈이나 장비로는 도저히 감지할 수 없다는 설명이에요. 이 개념이 바로 물리학에서 말하는 콤팩트화(compactification)예요. 한마디로, 5차원은 있다. 단, 말려 있어서 안 보일 뿐!이라는 논리죠. 이게 지금의 고차원 우주론에서도 매우 중요한 핵심 아이디어가 됐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이 아주 얇고 가느다란 빨대를 들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멀리서 보면 이건 그냥 일직선의 선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실은 동그랗게 말린 튜브 구조잖아요? 클라인은 바로 이런 식으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차원을 설명한 거예요. 그의 설명은 단순히 이론적으로 흥미로운 수준이 아니었어요. 양자역학적으로도 전자기장이라는 게 왜 튀어나오는지를 정당화할 수 있었죠. 그전까지 칼루 자의 수학은 참 멋지긴 한데 현실성은 글쎄, 하는 반응이었는데 클라인의 접근은 수학이 현실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거예요. 그야말로 수학과 물리가 손을 맞잡은 순간이죠.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클라인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차원을 설명한 것만이 아니라, 그 보이지 않는 차원이 실제로 어떤 물리적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걸 제안했어요. 즉, 다섯 번째 차원 안에서의 운동이 우리가 느끼는 전자기력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거예요. 이건 엄청난 발상이었어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만약 칼루 자가 책의 표지를 만든 사람이라면 클라인은 그 표지를 열어서 내용을 적어 넣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또는 칼루 자가 무대 세트를 설치했다면 클라인은 거기에 조명을 켜고 배우들을 등장시킨 셈이에요. 물론 클라인의 해석도 당시에 완벽하게 받아들여지진 않았어요. 왜냐면 양자역학 자체가 아직 실험적으로 다 검증되지 않았던 시기였고 고차원 이론은 말 그대로 SF급으로 여겨졌거든요. 하지만 후에 초끈이론이 등장하면서 이 두 사람의 이론은 재조명되게 돼요. 그 초끈이론 역시 보이지 않는 고차원을 필수 전제로 삼거든요. 결국 클라인이 칼루 자의 이론에 추가한 건 단순한 물리적 설명 그 이상이었어요. 이론 물리학을 수학적 아름다움과 양자적 현실성 사이에서 연결시켜 주는 교량 역할을 했던 거죠. 실제로 이후 수많은 이론 물리학자들이 고차원 우주를 다룰 때 클라인의 해석을 반드시 참고하게 됩니다. 클라인은 칼루 자의 다섯 번째 차원을 현실적인 틀 안에 넣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보이지 않는 차원을 플랑크 길이 수준으로 말려 있는 구조라고 설명하며 우리가 전자기력을 느끼는 이유에 양자역학적 정당성을 부여했죠. 칼루 자가 차원의 문을 열었다면 클라인은 그 문에 현실이라는 고리를 연결해 줬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콤팩트화 개념은 오늘날까지도 초끈이론의 핵심으로 남아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한 개념이 되었답니다.
3. 칼루 자와 클라인의 논문 비교
이제 두 천재 물리학자의 논문을 직접 비교해 보는 시간이에요.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부터 짚고 가야겠죠. 바로 테오도어 칼루 자요. 그는 1921년에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해서 당시 물리학계의 아이콘, 아인슈타인에게 직접 보냈어요. 논문 제목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5차원에서의 중력과 전자기 통일 시도 정도로 볼 수 있는데요, 핵심은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의 이론으로 묶을 수 있다는 놀라운 내용이었죠. 하지만 이 논문은 어디까지나 고전 물리학적인 접근이었어요. 칼루 자는 양자역학의 등장을 보기도 전에 순수하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수학적인 확장을 시도했거든요. 말하자면 그가 한 일은 4차원 시공간에 1차원을 더한 5차원을 상정하고 그 안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을 풀어보는 거였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결과에서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이 튀어나온 겁니다. 이 장면을 학문적으로 비유하자면 원래는 중력만 설명되던 도화지 위에 갑자기 전자기 현상까지 그림처럼 떠오른 거예요. 아인슈타인도 이 논문을 보고 무척 흥미로워했지만, 한 가지 딱 짚고 넘어갔어요. 수학적으로는 멋지지만 물리적으로는 아직 검증이 부족하군요. 결국 칼루 자의 이론은 실험적 근거도 없고 우리가 다섯 번째 차원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아한 수학 실험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죠. 그로부터 5년 뒤, 등장한 사람이 바로 오스카르 클라인이에요. 1926년, 그는 칼루 자의 이론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거 양자역학으로 풀면 더 흥미롭겠는데? 당시에는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과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이 물리학계를 뒤흔들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클라인은 그 흐름에 맞춰서 플랑크 상수와 파동함수, 그리고 지금은 너무나도 중요한 개념인 콤팩트화라는 걸 이 논문에 도입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클라인의 논문은 왜 5차원이 보이지 않느냐에 대한 해석을 제공한 거예요. 클라인은 다섯 번째 차원이 아주 작게 감겨 있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어요. 그 길이가 플랑크 길이 수준, 즉 10^-35m 정도로 작다는 거죠. 우리 일상에서 어떤 현미경을 써도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해서 칼루 자의 이론은 수학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양자역학이라는 현실성의 옷을 입게 된 거예요. 클라인은 전자기장은 사실 이 다섯 번째 차원을 따라 움직이는 물질의 특성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고요. 이건 정말 대담한 주장입니다. 기존에는 상상도 못 했던 차원이 힘을 만든다는 식의 접근이었으니까요. 칼루 자의 논문이 정적이고 엄격한 수학적 구조였다면 클라인의 논문은 훨씬 역동적이고 해석적인 성격이 강해요. 그는 이론에 생명을 불어넣은 거죠. 마치 칼루 자가 만든 텅 빈 오르골 상자에 클라인이 실제로 태엽을 감고 음악을 울려 퍼지게 한 셈이에요.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두 사람의 논문이 같은 5차원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그 기술 방식 자체가 너무 다르다는 점이에요. 칼루 자는 공간과 시간에 기하학을 더해 힘을 설명하려 했고, 클라인은 파동함수와 양자화를 통해 그 공간을 물리적 현실로 만들었어요. 철학적으로 따지자면 칼루 자는 세계는 수학이다라고 말했고 클라인은 수학은 현실로 연결된다고 외친 거죠. 이 두 논문은 나중에 하나의 개념으로 묶이게 돼요. 우리가 아는 칼루 자-클라인 이론(Kaluza-Klein theory)이에요. 사실 이 이론은 이름은 하나지만 내용은 두 사람이 각기 다르게 완성한 거예요. 칼루 자는 길을 열었고 클라인은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등불을 밝혀준 셈이죠. 칼루 자와 클라인의 논문은 같은 5차원이라는 기초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전개 방식은 매우 달랐어요. 칼루 자는 고전역학 기반의 수학적 구조를 제시했고 클라인은 양자역학과 플랑크 규모의 물리적 해석을 더해 현실적인 물리 이론으로 한 걸음 진보시켰죠. 두 논문은 독립적인 걸작이자 하나로 이어지는 고차원 우주론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칼루 자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해 보겠다는 아이디어로 다섯 번째 차원을 상상했고 클라인은 그 차원을 양자역학의 눈으로 해석했어요. 둘 다 물리학 역사에서 혁신적이었고요. 이들의 연구는 오늘날의 초끈이론과 M이론 같은 현대 이론물리의 기초가 되었답니다. 그러니까 이 둘을 굳이 구분하자면 칼루 자는 이론의 기획자, 클라인은 실현 가능한 형태로 다듬은 공학자 같은 느낌이에요. 우주의 비밀은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관점이 만나면서 조금씩 풀려가는 거죠.